“사람을 먼저 생각하라. 기술은 그 다음이다.” 야후 설립자 제리 양의 말입니다. 기술의 근간에는 사람을, 삶을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뜻일 겁니다. 기술은 분명 우리 삶을 풍요롭게 바꿨습니다. 하지만 환경적으로는 기술이 기후변화를 야기했다는 측면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이 삶을 바꾼다는 대명제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한 친환경 기술의 발전이 필요합니다. 삶을 좋은 쪽으로 바꿔가는 데 참신한 기술은 예나 지금이나 힘을 발휘하니까요.
기후위기는 많은 사람이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인식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인식을 토대로 다양한 기술이 등장해야 합니다. 지구를 생각하는 기술이 산업을 움직이고, 환경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럴 때 기술은 보다 큰 힘을 얻습니다. 전 세계 정부의 친환경 규제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탤 겁니다. 다양한 기업들이 친환경에 주목하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흐름도 같은 맥락입니다.
야후 설립자의 말을 기후위기와 기술의 관계로 바꾸면 이러지 않을까요? ‘지구를 먼저 생각하라. 기술은 그 중심이다.’ 실제로 이런 흐름이 일어나는 중입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친환경 기술들이 태동하는 추세입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나 참신한 시도 수준인 경우도 많지만 이런 새로운 기술이 어느 순간 세상을 바꿀지 모릅니다.
한화큐셀은 기후위기 특집호의 세 번째 편으로 전 세계 다양한 분야에서 태동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친환경 기술’에 주목했습니다. 기후위기라는 절망에서 희망이라는 결말로 이어지게 하는 노력들이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다양한 친환경 기술이 전방위적으로 활약하는 중입니다. 지구의 해피엔딩을 위해 어떤 기술들이 친환경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까요?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최근 도로에 전기차가 자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차는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는다는 점에서 친환경 시대의 이동수단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중인데요.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낯선 풍경이었지만, 최근 친환경을 향한 인식과 그로 인한 규제가 늘어나면서 이제 전기차는 우리 일상에 익숙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운송 분야는 우리 주변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친환경 기술로 바뀔수록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죠. 운송 분야의 친환경 기술이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로 달리는 연료전지차도 기대주입니다. 하늘은 어떨까요? 친환경에 도달하려면 유연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전기차가 긴 세월동안 당연하게 여긴 내연기관을 밀어내는 것처럼, 생각을 전환할 때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벨라루스 여객 및 화물 운송기업 유스카이 트랜스포트는 발상을 전환했습니다. 꼭 지상과 지하로만 사람이든 화물을 운송해야 할까? 의문은 시야를 넓혔고, 광대한 하늘에 길을 내기로 했습니다. 바로, 하늘 철로로 움직이는 유카(uCar)라는 교통 시스템입니다. 개념만 잡은 것이 아니고, 실제 아랍에미리트 샤르자에 400m 길이의 하늘 철로 실험 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유스카이 트랜스포트, 출처: 유스카이 트랜스포트 홈페이지>
유카(uCar)는 놀이동산에서 지붕에 매달려 움직이는 놀이기구의 미래 버전 같습니다. 물론 전기로 움직입니다. 도시에 하늘 철로 네트워크를 구현하면 시간당 약 1만 명을 운송할 수 있다고 하니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기도 합니다. 동일 거리 기준으로 지하철을 만드는 비용보다 약 15배나 절감할 수 있다고 하니까요. 애초에 유카(uCar)는 지상에 녹지를 확보하기 위해 구상한 교통 시스템으로, 하늘 철로로 이동하고 도심에는 숲이 펼쳐지는 풍경을 그립니다. SF 영화에서 본 것 같지 않나요? 유카(uCar)에 담긴 기술이 그리는 미래일 겁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자동차, 기차, 항공기 등의 교통수단이 무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23%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특히, 내연기관 항공기는 운항 중 이산화탄소 등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큰 원인이 되는데요.
최근 친환경 흐름은 비행기에까지 닿는 중입니다. ‘전기로 자동차를 구동하는 시대에 비행기는 전기로 못 날까?’ 이런 발상을 기술로 구현하는 중이죠. 하지만, 생각보다 쉽진 않습니다. 영국 항공사 이지젯과 미국 스타트업 라이트 일렉트릭은 2030년까지 186명 규모의 대형 전기 항공기를 개발하는 ‘이팬엑스(E-FanX) 프로젝트’ 착수를 밝히며, 전기 항공기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항공기의 무게와 효율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 3년 동안 개발하던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됐는데요. 대형 여객기는 배터리 용량이 커야 하고, 그럴수록 무게가 늘어납니다. 무거우면 더 큰 힘이 필요한 악순환에 갇히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엔 전략을 바꿔 소형 전기 항공기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게와 효율의 균형을 맞추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기업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청사진을 그려 나가는 중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하늘을 채우는 건 운송 드론일 겁니다. 여객 드론 기술은 초기 단계지만 운송 분야는 상용화를 앞뒀습니다. 세계 최대 유통기업인 아마존은 이미 2012년에 드론 배송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드론으로 배송하는 데 성공하며 가능성을 엿봤죠. 전세계적으로 아직 드론 운송은 걸음마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심이 모이고 기술이 발달하면 세상은 또 금세 바뀌게 됩니다. 도로에 밀집된 운송량을 하늘로 분산하고,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로 움직인다면 환경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들 겁니다.
하늘에 태양열 반사판이 가동되어 지구 온도를 조절한다면? 빌딩에서 나무가 자란다면? 쓰레기를 분해해 에너지를 얻으며 도시를 운영한다면? 꼭 SF 영화에서 보던 미래 풍경 같지 않나요? 어쩌면 SF 영화가 아닌 눈앞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일군의 사람들이 노력하는 중이거든요. 상상력은 현실로 널리 퍼질 수 있을까요?
하버드대에서는 대기권 상공에 ‘태양열 반사판’을 만들어 지구온난화를 저지하려는 기후조작 실험이 계획된 바 있는데요. 실제로 거대한 반사판을 세우는 건 아닙니다. 반사판 역할을 하는 층을 만드는 시도이죠. 스코펙스(SCoREx)라 불리는 이 계획은 공기 중에 탄산칼슘이나 황산염 입자를 살포해 대기권에 층을 만들어 태양열을 흡수하는 방식입니다. 화산이 폭발할 때 화산재가 하늘을 가려 태양열을 흡수하는 원리와 비슷한데요. 대단한 발상이자 계획처럼 보이는 반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실험에 사용하는 탄산칼슘 입자가 대기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예지만, 영화 <설국열차>에서 기후 조절 물질을 공기 중에 살포해 빙하기가 찾아왔던 것처럼 말이죠. 스코펙스 실험은 하나의 가능성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 끝에는 우리가 찾던 돌파구가 있을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