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기후위기 특집호-4편]
남극이 위험하다! 세종기지 대원이 전하는 기후위기
Dec, 2021








남극, 지구 최남단 대륙으로 ‘지구의 마지막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곳입니다. 이처럼 새하얀 빙산이 둘러싸인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남극이 기후위기로 인해 위험에 처했습니다. 기후위기 특집호 네 번째 편으로는 남극의 변화를 몸소 경험하고 계신 남극세종과학기지 제34차 월동연구대 임성근 대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극의 생생한 소식을 담았는데요. 


임성근 대원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세종기지 앞 마리안 소만에서 만년빙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며 눈 앞에 펼쳐진 남극의 현 상황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전하였습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임성근 대기과학 연구원>


 Q. 반갑습니다 대원님! 본인 소개와 함께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의 하루 일과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남극세종과학기지 제 34차 월동연구대 임성근 대원입니다! 
먼저 하루 일과를 말씀드리자면, 오전 8시30분에 전 대원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여 업무 내용 및 기상 예보 내용을 공유하고, 지원 여부를 검토합니다. 그리고 9시 경부터 각자 일과를 시작합니다. 매일 하는 업무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저는 주로 연구실과 관측소를 오가면서 업무를 보는데요. 대기과학 연구원으로서 연구실에서는 한국 극지연구소의 대기과학 연구원들과 연락하여 각자의 데이터를 주고 받기도 하고, 관측소에서는 장비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파악하고 대기 모니터링을 실시합니다. 이렇게 저녁 식사 전까지 연구실과 관측소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6시 이후에는 운동을 하거나 공부를 하면서 자기 개발 시간을 자유롭게 가지고 있습니다.


 Q. 대기과학 연구원이라고 말씀 주셨는데, 남극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시나요? 

제34차 월동대에는 대기 외에도 생물, 고층대기, 기상, 해양 분야의 연구대원들도 함께 근무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한국 극지 연구소 연구원들을 대신해 극지 연구 데이터를 생성하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의 경우 세종기지 대기과학 연구원으로 대기와 관련된 여러 관측 장비들을 관리하고, 극지연구소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측된 데이터를 전처리하여 전송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임성근 대원 인스타그램 @imsk1128>


 Q. 극지라는 환경이 대기연구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남극 대륙은 내부와 외부의 공기가 단절되어 있습니다. 세종기지가 위치한 킹 조지섬이 칠레나 북태평양 등에서 바람이 들어오는 통로가 되어, 이곳에서 감지하는 대기오염물의 자료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현재 북반구의 대기오염 농도가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남극 역시 대기오염 농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데이터를 발견했으며, 이는 오염물질이 남극까지 퍼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됩니다. 특히, 세종과학기지는 세계 기상 감시 기구로 지정되어 있어, 저와 대원들 모두 더욱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Q. 말씀해주신 세종기지에서의 연구 내용 중에, 모두가 주목해야 할 데이터나 자료가 있을까요? 

지난해 기준으로 살펴보면, 올해 기온이 평년보다 1~2°C 가량 높았습니다. 강수량은 작년에 비해 조금 많았지만, 30년 평균 강수량에는 못 미쳤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기온이 높은 날이 많아 세계적으로, 그리고 남극에서도 기온이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면 크고 작은 빙벽들이 자주 무너지게 되고, 이것이 곧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물 순환 패턴이 깨져 잦은 홍수, 가뭄, 예상치 못한 태풍과 같이 이상 기후 발생으로 인한 피해가 증가할 것입니다.


 Q. 남극에서 직접 연구하신 내용 중에, 지구온난화로 인해 보이는 대기의 변화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제가 직접 관측한 자료에는 ‘기온 상승’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세종기지에서 관측한 기온 값 중 올해 2, 4, 5월은 관측일의 월극 값(월 평균 최고 값)을 갱신했습니다. 특히, 2월에는 영상 12.3°C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이것은 세종기지 관측일 중 세 번째로 높은 기온이었습니다. 남극은 남반구에 위치하기 때문에 북반구와 계절이 정 반대입니다. 기존대로라면 한겨울인 8월에는 눈이 내리거나 블리자드가 발생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비가 내린 적도 있었습니다. 또한, 2021년 8월 IPCC 실무진 보고서에서 강우 패턴의 변화 및 물 부족과 관련된 이슈가 무려 200 페이지 이상 보고되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지구온난화로 물 순환 패턴이 변화되어 앞으로 홍수와 가뭄이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위험한 것은 이런 홍수나 가뭄이 예상할 수 없는 시기에 일어나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됩니다. 


<남극세종과학기지, 출처: 극지연구소 홈페이지>


 Q. 기후위기로 인해 남극 빙붕의 3분의 1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왔는데요. 이처럼 보통 남극은 기후변화를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많이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실제 남극에서 몸소 경험하고 느끼셨던 기후변화 사례가 있으실까요?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경험은 빙하가 녹는 모습을 직접 본 것입니다. 가끔씩 외부에서 ‘쿵’하는 천둥소리가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밖을 나가면 세종기지 앞 마리안 소만에서 만년빙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만년빙이 많이 녹아서 과거보다 훨씬 더 깊이 파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년빙이 녹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기후위기를 실감합니다. 


 Q. 최근 남극 오존홀 발생이 이슈인데요. 오존홀이 무엇인지, 또 오존홀이 커지면 지구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선, 오존홀이란 성층권 내 두터운 오존 밀집 구간에 오존이 파괴되어 구멍이 생기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성층권에 존재하는 오존은 지구 외부에서 오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오존홀이 커지게 될 경우 자외선이 더욱 많이 들어오게 됩니다. 자외선은 1등급 발암 물질이기 때문에 식물의 엽록소를 파괴시키고, 동물에게는 암을 유발시키는 등 생명체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남극에서 생활하면서 강한 자외선으로 인해 기지 내 연구원들의 얼굴이 심하게 타거나, 외부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오존홀이 더 커진다면, 오존홀 내의 생태계에도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최근 극지사진공모전에서 해표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수상하셨다고 들었어요. 사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기지 주변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도둑 갈매기, 물개, 해표, 혹등고래 등 많은 종류가 발견되는데, 그 중에 아델리 펭귄이나 해표처럼 사람에게 관심이 굉장히 많은 동물들이 있습니다. 어느 날 점심 식사를 마치고 조리대원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해표를 만났는데요. 해표가 저희에게 관심을 가지고 구경을 하길래, 손을 흔들어 줬더니 해표가 똑같이 손을 흔들어줘서 사진을 찍었고, ‘아침인사’라는 이름으로 출품하여 운 좋게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사진을 직접 보여드리고 싶지만, 저작권 문제로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Q. 해표와 함께 사진을 찍으신 것처럼 기지 주변에서 많은 동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기후변화로 야기된 눈에 띄는 동물의 생태나 행동 변화가 있었을까요? 

세종기지 근처에는 남극 동물 보호 구역인 펭귄 마을이 있는데요. 매년 여름철에 펭귄이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다가, 겨울이 되면 더 따뜻한 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기곤 합니다. 다만,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 겨울철에도 펭귄 마을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예년에는 바다가 얼어붙어서 펭귄들이 빙판 위를 일렬로 걸어 다녔는데, 올해는 바다가 얼지 않은 탓에 펭귄들이 바다를 헤엄쳐서 펭귄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펭귄들이 먹는 크릴이나 플랑크톤이 줄어들고, 남극의 서식 환경이 변하게 되어 언젠가는 펭귄들을 다시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극 펭귄 무리, 출처 :shutterstock>


 Q. 대원님은 남극에 가기 전과 후로,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이나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으셨나요? 

남극에 오기 전에는 아무래도 기후위기를 크게 체감하지는 못했습니다. 실제로 남극에 와보니 겨울에 비가 내리거나 빙벽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기후위기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전에는 사실 제가 선택한 전공이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해 공부했다면, 이제는 사명감을 가지고 기후위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남극에서 보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한국에 돌아가서도 공부를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Q. 그렇다면 남극의 환경 보호를 위해 대원님이나 다른 월동연구대 분들과 함께 실천하고 계신 행동이나 활동이 있을까요? 

현재 세종기지에서는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사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분리수거 후 반출하고, 외부 활동 시 발생하는 쓰레기도 기지로 회수해 처리합니다. 올해에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취지로 ‘환경부 고고챌린지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고고챌린지 캠페인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과 플라스틱을 줄이는 이유를 한 가지씩 SNS에 게재하며 다음 타자를 지목하는 캠페인인데요. 저는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이야기를 담아 남극이 고향인 펭수를 지목했고, 펭수가 챌린지를 이어갔습니다.


 Q. 남극에서 에너지 수급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주로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얻고 있습니다. 새로 지어진 연구동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는데요. 극지생활 속 필수 요소인 전력을 얻는 방법 또한 친환경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패널을 설치하는 모습, 출처: e대한경제>


 Q. 기후 변화를 최전방에서 느끼시는 입장에서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을까요? 

2019년에는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로 ‘기후비상사태’가 선정되었습니다. 21세기는 과거와 달리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지구온난화 그리고 오존홀, 미세먼지 등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도 합니다. 미디어에서는 ‘탄소배출을 줄이자, 프레온가스 배출을 줄이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 등 많은 정보를 내보내고 있지만, 정작 개인의 실천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기후변화를 늦추고 멈추기 위해 항상 환경에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를 촉구합니다. 대단한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부담을 갖기 쉬우니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거나,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거나, 일회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주변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고요. 

곧 남극에서의 생활이 끝나고 2주 뒤면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남극에서 의미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이야기 전하고 싶습니다. 제34차 월동연구대 고생 많으셨고, 제 가족에게도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최근 곳곳에서 이상 기온, 대형 산불 등 기상이변 현상들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데요. 기후위기가 점점 우리의 삶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임성근 대원이 우리에게 전한 말처럼, 이제는 정말 우리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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