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에너지 판도 변화의 주역 ‘재생에너지’
Jan, 2021







 ‘그린 뉴딜’과 사회경제의 대전환 

1년이 넘도록 온 세상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이 던지는 교훈은 광범하고도 복합적이다. ‘문명의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것’을 포괄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사회경제 시스템의 대전환이다. 지난해 7월에 정부가 발표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한국형 뉴딜’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 바탕에는 다음과 같은 변화의 흐름이 깔려 있다.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쇼핑, 재택근무, 원격교육 등이 급속히 퍼진 데서 보듯이 비대면 활동 증가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저탄소, 친환경 경제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자리 위기와 디지털 경제 가속화 등 경제 환경 급변에 따른 노동시장 재편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고용을 위시한 사회 안전망 강화에 대한 요구 또한 한층 강력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와 긴밀히 맞물려 있는 한국형 뉴딜의 기본 구조는 안전망 강화라는 토대 위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 세 분야의 총 28개 프로젝트에 2025년까지 모두 160조 원(국가 예산은 114조 원)을 집중 투자해 19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시장과 민간 수요 창출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이 가운데서 그린 뉴딜은 다시 세 가지의 주요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 공간, 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의 확산, △녹색산업의 혁신 생태계 구축이 그것이다. 그린 뉴딜 분야에만 2025년까지 73조4000억 원을 투입해 녹색 일자리 65만9,000개를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다. 



출처: 정부 관계부처 합동 


 ‘탄소제로 시대’를 살면서 

한국은 2019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9위에 이르고 있다. 2018년 세계 8위에서 한 계단 내려온 순위이지만,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이 그동안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돼 온 이유다. 그린 뉴딜에 이어 지난해 12월 10일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은 그러므로 때늦은 감이 있다. 탄소중립은 이미 세계적 대세다. 현재 120여 개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선언했거나 추진 중이다.

선두주자는 유럽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미 2019년 12월에 2050년까지 유럽을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 대륙으로 만든다는 비전을 담은 ‘유럽 그린딜’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1조 유로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올해 출범하는 조 바이든 새 행정부는 취임 즉시 도널드 트럼프 시절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정에 재가입할 예정이다. 앞으로 집권 4년간 청정에너지 확대를 위해 2조 달러를 쏟아 붓고 관련 인프라 프로젝트 등을 통해 최대 1,0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미국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2035년까지 발전 부문 탈탄소화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변화도 눈길을 끈다.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그동안 탄소 배출을 줄이라는 요구에 대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차별화된 책임을 내세워왔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압력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최근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했다.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면, 지멘스는 일찌감치 2015년에 글로벌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203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에 10억 달러 규모의 ‘기후혁신기금’을 조성해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네슬레, 구글, 아마존 등 많은 기업이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바야흐로 정부든 기업이든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이거나 없애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탄소제로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약진하는 재생에너지 

그래서일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세계 경제 전반이 크게 위축되는 와중에도 재생에너지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공개한 ‘재생에너지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에너지 수요가 약 5% 감소하는 중에도 발전용 재생에너지만큼은 유일하게 7%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IEA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World Energy Outlook 2020, WEO-2020)’은 향후 10년을 내다본다. 이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앞으로 10년에 걸쳐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력발전이 가장 큰 재생에너지원인 것은 여전하지만, 태양광이 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풍력이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태양광이 세계 전력시장의 새로운 왕좌에 오를 것”이며 “현재의 성장 추세라면 태양광은 2022년 이후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률 등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이렇게 될 수 있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즉 화석연료 발전단가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이 달성되는 덕분이다. 다시 말하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기술 발전 등에 힘입어 빠르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태양광의 경우 82%, 해상풍력은 39%나 낮아졌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 보고서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부분 에너지 시장에서 2030년까지 석탄에 견주어 재생에너지의 전력비용(LCOE)¹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국, 태국, 베트남 등은 2021년에 재생에너지 전력비용이 석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세계 에너지 시장 판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오랜 세월 에너지 시장의 지배자로 군림하던 초거대 석유 기업들이 궁지에 몰리는 반면 재생에너지 기업들은 눈부신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넥스트에라에너지(NextEra Energy)의 시가총액이 장중 한때이긴 해도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으로 꼽히는 엑손모빌의 기업 가치를 넘어선 적이 있을 정도다. 석유를 중심으로 하는 화석연료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출처: <조선비즈> 관련 기사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망과 과제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 총에너지 소비가 지난해 대비 3.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가 3.1% 성장하리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측을 토대로 전망한 것이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각각 4.3%, 7.3% 증가하고, 신재생에너지와 기타 에너지는 8.5%의 제법 높은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됐다. 석탄은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런 소비 전망 속에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2020년부터 2034년까지의 발전설비 계획 등을 담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최종안을 확정, 공고했다. 이에 따르면 2034년 신재생에너지의 설비용량은 4배, 전체 에너지 대비 설비 비중은 2.6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전체 에너지 설비 대비 신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은 2020년 15.8%에서 2034년 40.3%로 늘어나게 된다. 같은 기간에 석탄은 28.1%에서 15%로, 원자력은 18.2%에서 10.1%로 각각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어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29일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심의 및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2034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 목표는 9차 수급계획에 맞춰 25.8%로 정해졌다. 목표는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시장, 수요, 산업, 인프라 등 5대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저탄소 사회경제로의 전환을 더욱 앞당기는 것이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 녹색 뉴딜과 탄소중립 선언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 시스템 혁신과 저탄소 경제 실현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국에는 현재 60기의 석탄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이에 더해 7기를 새롭게 짓고 있다. 한국 온실가스의 30%, 미세먼지의 11%가 여기서 나온다. 이는 2050년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의미는 단순히 환경보호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인류의 생존과 건강과 안전은 물론 튼실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기업들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 확장과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오랫동안 한국은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일직선 고속도로를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변화라는 전대미문의 복합 위기를 맞아 사회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다. 그런 변화를 이끌 가장 핵심적인 견인차 가운데 하나가 재생에너지다.



1)    ‘Levelized Cost Of Energy’의 약자로서 ‘균등화 발전비용’이라고도 한다. 발전시설의 건설, 운영, 폐기 등을 포함해 발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및 사고 위험 비용, 관련 정책비용을 반영한 사회적 비용 등을 모두 발전비용에 포함시켜 발전량으로 균등화한 값을 뜻한다. 각 발전원의 경제성을 제대로 비교하기 위해 발전원가에 포함되지 않은 다양한 외부 비용을 반영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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