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글로벌 에너지 주연은 ‘신재생에너지’
최근 국내 자동차제조업체와 미국 애플 社 간에 전기차 생산에 대한 업무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알려져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테슬라가 일으킨 전기차 돌풍에 애플도 가세할 정도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블룸버그의 전망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이 현재 수백만 대 정도 규모에서 2040년에는 신규 자동차의 3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전기차가 진정한 친환경 운송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해야 할 것이며 따라서 향후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현재 태양광 산업은 실리콘 태양전지 기술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실리콘 모듈이 전 세계 시장의 95%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1세대 기술로서 기술의 신뢰성과 성숙도가 높고 가격경쟁력도 뛰어나다. 실리콘 기술은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아 중국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 예로 중국 주요 3사의 셀 생산 규모는 182mm 웨이퍼 기준으로 50GW를 상회할 전망이다. (PV-magazine.com, 2020. 11) 전 세계 연간 태양광 설치규모가 약 120GW 이므로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한국 태양광 산업, 경쟁력 확보가 관건
한국의 태양광 산업이 중국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위 기술적 ‘초격차’를 보유해야 하지만, 실리콘 기술은 비교적 평준화되어 있어서 쉽지 않은 일이다. 2012년에 발표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2020년에 25%를 넘는 효율이 발표되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이 세계 효율 기록을 경신하는 등 기술적 주도권이 한국에 있는 것으로 보여 한국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KRICT: 한국화학연구원, UNIST: 울산과학기술원, Korea University :고려대학교)
페로브스카이트는 태양전지 소재로서 요구되는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광흡수율이 높아서 1 마이크론(micron) 이하의 두께로도 입사광 대부분을 흡수한다. 따라서 유리기판이나 플라스틱 기판에 박막 형태로 코팅하여 대면적 태양전지를 제작할 수 있다. 소위 박막태양전지이며 실리콘 기술 대비 ‘2세대 태양전지기술’로 분류되기도 한다.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하려면 저온 공정이 필수적인데 페로브스카이트는 150℃ 이하에서도 고효율 태양전지 제작이 가능하다. 용액을 사용하여 비진공 상태에서 스핀코팅법으로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저가화에 유리하다. 스핀코팅법은 회전하는 기판 위에 점성이 있는 액체를 일정량 투하하여 액체가 기판 위에서 원심력에 의해 퍼지도록 하는 방법이다. 샘플을 건조시킨 후 열처리 등 후처리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레스스틸 강판 등 유연기판을 사용하면 응용성 면에서도 유리하지만 생산공정 면에서도 roll-to-roll (R2R) 방법을 적용할 수 있어서 생산단가를 크게 낮출 가능성이 있다. R2R 법은 알루미늄 포일 등 유연소재에 적용하는 방법으로서 소재가 하나의 Roll에서 다음 Roll으로 이동되는 사이에 공정을 수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셀 및 모듈 생산에 필요한 공간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가능성도 있어서 유망하게 개발되고 있는 기술이다.
2세대 태양전지 기술, 박막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이전에도 상용화가 추진된 박막태양전지 소재가 있다. CIGS (CuInGaSe2 효율 23.4%), CdTe (효율 22.1%), 비정질 실리콘 (a-Si:H, 효율 14.0%), 염료감응태양전지 (dye-sensitized cell, 효율 13.0%) 등이 주요 박막태양전지이며, CIGS 와 CdTe는 상용화되어 있으나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실정이다. (https://www.nrel.gov/pv/cell-efficiency.html) 2000년대 초반까지 시장점유율 약 30%까지 확대되던 박막태양전지가 급팽창하는 태양전지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점유율이 축소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이유는 효율이다. 태양전지 효율은 전체 시스템의 가격, 나아가서 시스템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이전에는 효율보다는 가격, 즉 $/Watt 가 중요했으나 태양전지 가격이 저하됨에 따라 태양전지 외의 요소, 즉 인버터와 프레임 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졌다. 태양전지의 효율이 높으면 그만큼 시스템 설치비용이 낮아지는 효과가 커지는 것이다. 박막태양전지는 실리콘 대비 효율이 낮았기 때문에 모듈 자체의 가격은 낮지만 전체 시스템 설치비용 면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 두 번째는 기술적 성숙도가 높지 않아서 모듈 양산장비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고 따라서 대규모 투자가 빠르게 진행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광흡수층이 두 개의 전극 사이에 샌드위치되어 있는 구조이며, 레이저스크라이빙으로 구분된 좁고 긴 셀들이 직렬로 연결된 구조이다.
TV 나 노트북 화면으로 사용되는 TFT LCD 패널 8.5 세대의 크기가 2.5x2.2m2 이며 픽셀 크기가 mm 이하인 것을 안다면 박막태양전지 제조기술은 상대적으로 쉽게 보일 수 있다. 박막태양광 패널은 약 5~8mm 폭으로 스크라이빙하여 형성되는 긴 리본 형태의 셀을 상하 전극 (또는 전후면 전극)을 어긋나게 하여 직렬로 연결하는 구조로 제조된다. (그림 2 박막태양광 모듈 단면구조)
전체 셀이 직렬 연결되어 있으므로 박막 태양광 패널은 본질적으로 단일 소자이며 따라서 어느 한 부분이라도 핀홀이나 결함이 있으면 전체 효율이 크게 저하된다. 저가의 기술로 대면적 기판에 5~6층의 박막을 결함 없이 균일하게 코팅하는 것은 고도의 공정제어능력을 필요로 한다. 장비나 공정 비용이 높아지면 그만큼 실리콘 대비 경쟁력이 불투명해지므로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
페로브스카이트 박막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위해 소재의 열적, 환경적 안정성을 개선하는 노력과 대면적화에 따른 효율저하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매우 유망한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상용화되려면 위에서 언급된 양산성 이슈도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이후 축적되어 온 태양전지 이론과 기술개발 및 제품화 경험이 잘 결합되면 페로브스카이트 박막태양전지의 상용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 가능성도 있다.
▲실리콘 탠덤 태양전지 단면 구조.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박막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구현하여 제작한다. 윗면을 통해 입사된 태양광이 페로브스카이트 층에서 일부 흡수되고 나머지 다른 파장대의 빛이 하부 실리콘 태양전지에서 흡수되는 원리이다. (그림 4 참조)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 한계를 뛰어넘는 ‘페로브스카이트’
페로브스카이트 단일 물질로 제품화하는 것보다 실리콘과 결합하여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관점이 힘을 얻고 있다.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중첩시켜 각각 서로 다른 파장대의 태양빛을 흡수하여 전기를 생산하게 하는 방식이다. 소위 탠덤 셀 구조이다. (그림 3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 단면 구조) 페로브스카이트는 세가지 이상의 원소가 결합된 화합물이며 각 원소의 조성비에 따라 감응하는 파장대가 달라진다. 이 현상을 이용하면 실리콘이 효율적으로 감응하지 못하는 파장대에 맞춰 페로브스카이트 감응도를 조절할 수 있다. 즉, 페로브스카이트는 단파장대 빛을 흡수하고 실리콘은 페로브스카이트를 통과하는 장파장대의 빛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그림 4 탠덤 태양전지의 원리) 이렇게 되면 실리콘 태양전지의 이론적 효율한계인 30% 보다 높은 44% 효율이 가능하다.
▲단파장대의 빛은 탑셀에서 흡수되고 탑셀에서 흡수되지 않는 장파장대의 빛이 바텀셀에서 흡수된다.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구현하는 방법이므로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많다. 두 개의 태양전지를 전기적으로 연결하면서 동시에 광학적으로는 투명한 중간층 개발이 요구되고, 페로브스카이트 제작 공정 및 모듈 제작 공정 전체를 저온에서 수행해야 하므로 신소재와 신공정 개발이 요구된다. 탠덤 구조에 맞게 실리콘 태양전지를 최적화해야 하므로 높은 수준의 실리콘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기도 하다.
한화큐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글로벌 탑 티어(Top-tier) 기업’ 도약
한국은 고효율 실리콘 기술과 페로브스카이트 기술을 둘 다 가지고 있는 나라이므로 아마도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기술의 상용화에 가장 근접해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또한, 이것이 중국의 물량공세를 이겨낼 ‘초격차’ 기술을 만드는 방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반가운 소식은 한화큐셀이 탠덤 셀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큐셀은 2019년 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주관한 ‘2020년 하반기 신재생에너지 R&D 신규평가’에서 차세대 태양광 셀 기술인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 태양광 셀(탠덤 셀)’의 국책 과제 연구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선도적인 기술을 확보해 상용화까지 꼭 성공하여 급성장하는 태양광 시장을 지배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