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기준이 높아지면서 오늘날 환경은 선택의 문제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로 여겨지고 있죠. 많은 기업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지속 가능 경영 등을 추진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특히, 최근에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가 기업 경영 측면을 넘어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그린본드(Green Bond)’는 바로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린본드란, 자금의 사용 목적이 친환경 관련 프로젝트 투자로 한정된 채권을 의미합니다. 주로 탄소 감축,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재생에너지, 토양 정화, 폐기물 관리, 청정 운송 사업 등이 대상이 되는데요. 이 밖에도 기후변화 감지 시스템이나 건물 에너지 효율화 등을 위한 투자에도 채권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그린본드는 일반채권과 달리 투자의 대상이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2007년 유럽투자은행이 그린본드를 최초로 발행한 이후 연평균 55%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발행규모가 2011년 12억 달러에서 2019년에는 약 2,577억 달러로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규모 추이/ 출처: 자본시장연구원 '그린뉴딜 지원을 위한 한국 자본시장의 과제'>
그린본드 발행 초기에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주요국이 세계 그린본드 시장을 주도하였습니다. 이후 싱가포르, 홍콩, 일본에서 그린본드 보조금을 통한 시장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며, 그린본드 시장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었었는데요. 최근에는 남미와 아프리카까지 그린본드 발행을 시작하며 전 세계적으로 그린본드 발행이 그야말로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유럽투자은행의 그린본드 발행 이후 2010년대부터 세계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도 그린본드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그동안 그린본드는 투자자와 사용처가 제한적인 특성상 최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한 세계은행, IMF 등 국제기구에서 주로 발행되어 왔습니다. 심지어 그린본드 발행을 위해서는 국제 공인기구로부터 지원프로젝트의 적격성 검증이 필요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과거 그린본드 시장을 주도했던 주체가 정부 및 공적 기관이었다면, 2013년 프랑스 전력회사인 EDF를 시작으로 오늘날에는 다양한 국가에서 금융사가 아닌 비금융 민간 기업까지 그린본드 발행이 활발해졌습니다. 친환경 프로젝트 자체도 늘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연기금이 사회책임투자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 것입니다. 2020년에 전 세계 496개 발행 기업으로부터 1,788건의 그린본드가 발행됐으며 2018~2019년 동안 글로벌 민간 금융회사가 발행한 그린본드의 규모는 약 1,100억 원에 이릅니다.
대표적인 그린본드 발행 기업으로 손꼽히는 애플은 2016년 2월 사상 처음으로 15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하고, 이듬해인 2017년 6월에도 무려 10억 달러의 2차 그린본드를 발행했습니다. 이후 2019년에도 유럽 지역에서 총 20억 유로(22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선보이며, 17개의 그린본드 프로젝트에 47억 달러의 자금을 집행했는데요. 이는 매년 92만 1,000 Mt의 탄소 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합니다.
애플은 신사옥 ‘애플 파크’에 대규모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탄소 배출을 크게 감소시켰고, 싱가포르에 100% 태양광 에너지만 사용하는 애플스토어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저탄소 설계 및 엔지니어링, 에너지 효율성, 재생가능에너지, 탄소 저감 및 탄소 격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애플은 2030년까지 제조 공급망 및 제품 주기를 아우르는 기업 활동 전반에서 탄소 중립화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