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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도 똑똑한 시대,
스마트 그리드
Aug, 2021







전세계적으로 이상기후 문제가 심상치 않습니다. 독일과 중국에서는 유례 없는 홍수가 발생했고 미국, 일본, 한국은 혹독한 폭염을 겪고 있습니다. 폭염은 단순히 습하고 더운 날씨에서 그치지 않고, 필연적으로 냉난방 시설의 전력 사용량 증가로 이어집니다. 최근 한국의 경우,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전력 수급 비상단계 발령이 논의될 정도로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급증하면서 전력 수요관리에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재화로써 ‘전기’는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한번 생산하면 바로 소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타 상품처럼 시장이 있고 공급자와 수요자가 거래를 하지만, 재고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전력 생산자(발전소)와 소비자(기업 혹은 일반 시민)들의 즉각적인 만남을 조율하는 전력망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최근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사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자연조건에 의존하여 발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변동성이 존재하는데요. 최근에는 폭염,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잇달아 발생하며 과거에 비해 전력망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과거에는 중앙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었다면 재생에너지는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한 분산형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전력공급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력을 언제 어디서 더 많이 소비할지 예측하기가 어려워진 것이죠. 그래서 나온 기술이 바로, 이 수요와 공급을 보다 똑똑하고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기술입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스마트 그리드의 입지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존 보가츠(John Bogaerts) 주한유럽연합(EU)대표부 수석정무관은 지난 7월에 진행된 한 포럼에서 “EU는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스마트 그리드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전력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 그리드 개념도,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차세대 전력망이라 불리는 스마트 그리드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가 융합된 형태로 기존의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전력망을 고도화함으로써 에너지를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을 의미합니다. 즉, 기존에는 공급자가 수요자에게 전력을 일방적으로 보냈다면 스마트 그리드는 IT 통신망을 통해서 공급자와 수요자가 쌍방향으로 전력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기술은 발전에서 송전, 배전 등 전력시스템 전 분야에 걸쳐 적용됩니다.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ICT기반의 광역 모니터링 및 제어 기술로 광범위한 지역에서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가 가능합니다. 




<기존 전력망과 스마트 그리드 비교, 출처: 미국전기전자학회>



다만, 기존 전력망과 달리 전력망이 분산되면 한 눈에 전체 전력 수요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에, ICT와 자동제어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분산에너지원을 연결·제어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인데요. 실제로 각국에서 VPP 구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등 전세계적으로 관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분석과 제어 기술 외에도 스마트 그리드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핵심 기술에는 전력 저장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ESS(Energy Storage System)와 스마트 계량기(AMI, 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입니다. ESS는 쉽게 말해, 큰 용량의 배터리를 의미합니다. 건전지나 소형 배터리 같은 소규모 전력저장장치가 아닌, 수 백 kWh이상의 전력을 저장하는 시스템을 칭하는데요. 기존에는 생산한 뒤 사용하지 못한 전기는 그대로 버릴 수밖에 없었지만, ESS를 이용하면 여분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장하기 어려운 재화라는 전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스마트 계량기로 수집한 정보를 와이파이 등 통신망으로 전송, 출처: 한국에너지공단 상상에너지공작소>



스마트 계량기는 수요의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소비자의 전력 소비패턴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는 기술입니다.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 사용량을 자동으로 검침하고, 수요에 대한 정교한 정보 전달을 목표로 합니다. 


각국의 스마트 그리드 현황



<코로나19 전후 스마트 그리드 시장의 성장률, 출처: MarketsandMarkets>


이미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스마트 그리드 시장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주춤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예정되어 있던 스마트 그리드 관련 전시회, 교류행사 등이 취소되거나, 락다운으로 인해 스마트 그리드 하드웨어 제조업체의 생산계획에 직접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상기후 현상 심화와 갑작스러운 전기 사용량 증가로 스마트 그리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짐에 따라 내년부터 스마트 그리드 시장은 서서히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MarketsandMarkets는 2020년에는 269억 달러, 2021년에는 28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스마트 그리드에 대한 연구의 시작은 미국을 중심으로 추진되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2003년부터 'Grid 2030'을 발표해 전력망 업그레이드를 위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에너지부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 실증 프로그램(Smart Grid Demonstration Program)을 통해 스마트 그리드의 실행가능성, 편익, 비즈니스 모델 등을 검토하였고, 구글, IBM, 인텔 등의 IT 기업들 또한 스마트 그리드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구글은 이미 본사와 데이터센터를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로 운용하고 있으며, 애플은 기존 그리드와 단절돼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그리드: 스마트 그리드를 소지역 특성에 맞게 적용, 소규모의 독립적 분산전원을 중심으로 전력을 자급하는 전력망.

또한, IBM과 인텔의 경우 보안, 통신, 분석, 관리 용이성 등을 고려한 스마트 그리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특히, IBM의 경우 2020년에 유럽 전력회사 3곳과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만들고 탈중앙 방식의 전력 수요 조절 플랫폼인 에퀴지(Equigy)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182억엔을 투자해 총 4개의 스마트 그리드 실증 프로그램을 추진했으며, 약 10~20%의 전력 피크 부하절감을 달성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1980년부터 의회를 중심으로 풍력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재생에너지 100%의 에너지 자립 도시를 꿈꾸고 있습니다. 풍력발전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그리드'가 핵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가변성이 있는 풍력발전의 단점을 에너지효율, 전기료 관리 등으로 조절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덴마크 정부는 풍력과 전력을 상호 연계해 에너지 소비량을 25%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2030년까지 스마트 그리드에 27조 5000억원을 투자해 약 2억 3000만 톤의 온실가스와 에너지 수입 47조원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제2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을 발표해 2022년까지 스마트 그리드 산업에 4조 5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며, 스마트 그리드 확충을 위해 전국 2250만 호에 스마트 계량기(AMI) 인프라를 확충할 예정입니다.





흐름에 발 맞추어 가는 한화큐셀


에너지 산업은 이처럼 '에너지'라는 특수한 제품을 판매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관리하고 스마트하게 통제할 수 있는 융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한화큐셀은 이런 흐름에 발 맞추어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화큐셀은 미국 에너지 소프트웨어 업체인 ‘GELI(젤리)’를 인수했는데요. 젤리는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설비와 ESS를 관리하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화큐셀은 이번 인수를 통해 태양광 공급을 넘어 에너지 관리를 포함한 태양광 전력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또한, 호주에서 가상발전소(VPP)와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및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스위치딘(SwitchDin)에 500만 달러를 투자함으로써 에너지 통합 및 관리를 총괄하는 토탈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2030년에는 스마트 그리드 산업이 약 1경 원이 넘는 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스마트 그리드의 핵심은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생산하고, 여분의 전기는 저장해 공급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에 있습니다. 즉, 스마트한 전력 수요량 예측을 통해 불필요한 공급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단순히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전력 산업의 미래를 준비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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