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verything as a Service’ 모든 것들이 서비스화 되는 구독경제가 본격적으로 열렸습니다. 의류, 식품, 모빌리티 등 너 나 할 것 없이 다양한 산업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흐름이 최근에는 전력 업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verything as a Service? Energy as a Service! 이젠 전력도 구독해서 사용하세요!
일반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개념은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전력망 혹은 인프라를 통해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수요 증대와 전력도 합리적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통상적인 에너지 사용과 비용 지불의 개념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미국 태양광 브랜드 분석기관 Solar Review*에 따르면, 72.5%의 사람들이 주거용 태양광 시스템 설치를 망설이는 이유로 ‘초기 설치 비용’에 대한 부담감을 언급했다고 합니다. 바로 재생에너지 사용에 필요한 초기 시설투자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러한 시설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업 자체를 서비스화해서 구독(subscription) 형태로 제공하는, 전력 부분 서비스화 ‘EaaS(Energy as a Service)’ 개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주로 소프트웨어 업체가 제공해왔던 서비스 사업모델이 에너지 분야에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죠.
아직은 ‘전력을 구독한다’ 라는 개념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 보편화된 OTT 구독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aaS는 영화, 드라마 같은 문화 콘텐츠의 서비스를 특정 요금을 지불하고 제공받는 것처럼 에너지를 서비스처럼 제공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EaaS 고객은 에너지 설비 자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닌, 그 설비를 통해 창출되는 ‘에너지 서비스’에 대해 사용량 기준 단위당 고정 요금(예: kWh 당 전기요금)을 지불하게 됩니다.
<기존에너지 사업과 EaaS 모델 비교, 출처: 가스신문>
EaaS, 저 제법 괜찮아요!
그렇다면 왜 전력을 서비스 제공 형태로 바꾸려는 걸까요? 단순히 재생에너지 혹은 에너지 설비를 자체적으로 설치 및 투자하는 방법도 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시설을 보유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EaaS는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의 리스크가 서비스 제공업체로 귀속되기 때문에 고객은 모든 프로젝트 비용(설비, 건설, 운영 및 유지관리 등)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존의 에너지 성과 계약(EPC : Energy Performance Contracting)*, 에너지 공급 계약, 전력 구매 계약과 같은 전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에너지 시설을 운영 및 유지관리 하는데 소요되는 각종 초기 비용을 없애는 특징을 가진 EaaS는 기업과 개인의 재생에너지 사용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 에너지 성과 계약(EPC)이란? : 에너지 회사가 고객과 계약을 통해 설비에서 관리서비스 및 인력훈련까지 에너지 관련 전반의 서비스를 제공해 에너지 절감효과를 창출하도록 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의미
기업들은 비싼 재생에너지 시설을 보유하지 않고도 친환경 전력을 사용할 수 있고, 핵심 사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개인 소비자 역시 초기 자본투자 대신 운영 비용만을 부담하기 때문에 EaaS를 이용하면 금전적 제약을 최소화하고, 재생 에너지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또한, EaaS는 설비를 통해 예상되는 자산의 산출물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꽤나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EaaS의 서비스 제공은 기본적으로 클라우드 형태의 데이터 수집∙가공∙제공, 원격 모니터링, 자산성능의 최적화 같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현재 전력 기업들은 각 기업의 상이한 데이터 자산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EaaS는 스마트 미터기를 활용하여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별 전력 사용량, 최대 사용 시간 등을 계산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즉, 낭비되는 에너지 없이 더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죠.

<고객 관점에서 EaaS 사업 모델의 장단점,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 딜로이트 컨설팅>
또한, EaaS는 장기적 관점에서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전기차 충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이기도 합니다. 향후 전기차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전력 부하를 많이 차지할 경우, 전기차 충전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면 전력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의 전력 수요를 분산시키고, 전기차 배터리에 남은 여분의 전기를 활용할 수 있는 똑똑한 전력망, 바로 ‘스마트그리드(Smart Grid)’의 구축과 운영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개별 충전 사업자로서는 투자 유인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 관련 사업 확장의 제한요소가 되고 있는데요. 이 부분을 EaaS 사업 모델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사업을 비롯한 스마트그리드의 구축과 운영을 EaaS 사업자가 수행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의 전력망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EaaS, 친환경 미래로 가는 열쇠
전 세계 곳곳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피해가 가시화되면서 지구촌 구성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이상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기업의 RE100 선언, 개인 소비자들의 주거용 태양광 시설 설치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죠. 이와 같은 시대적 환경 속 신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향후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개념으로서 EaaS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EaaS사업은 2026년까지 상업 및 산업 고객을 대상으로 230억 달러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탄소중립 정책, RE100과 같은 친환경 트렌드에 부합하고, 에너지 산업의 디지털화와 더불어 사업 고객들의 서비스 수요를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향후 EaaS사업 모델의 채택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전망을 반영하듯 이미 많은 업체들이 EaaS모델을 반영한 에너지∙친환경 기술 구독 서비스들을 선보이며, 관련 사업에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상업용 및 산업용(C&I) EaaS 시장 전망,
출처: Navigant Research & Deloitte, Energy-as-a Service The lights are on. Is anyone home, 2019>
대표적으로 업계에서 최초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 직접포집(Direct Air Capture) 기술을 상용화한 클라임웍스(Climeworks)는 한달에 49유로를 지불하면 이산화탄소 600kg을 제거할 수 있는 구독경제 모델을 제공해왔습니다. 글로벌 석유회사 쉘(Shell)은 다양한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EaaS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였고, 2018년에는 '쉘에너지인사이드(Shell Energy Inside)' 서비스를 선보이며 EaaS사업 모델을 현실화하였습니다.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클라임웍스의 이산화탄소 직접포집 공장, 출저: 클라임웍스>
한편, 한화큐셀은 지난 2019년 2월 독일 시장을 대상으로 전력 리테일 사업인 Q.ENERGY를 론칭해 기업들이 투자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저비용으로 태양광 에너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전력 거래(Power Contract)’와 ‘발전소 임대(Plant Leas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력 거래(Power Contract)’는 한화큐셀이 태양광 발전소의 소유권과 운영권을 보유한 형태로 회사 부지 내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우선 공급하고, 고객사는 사용한 만큼의 전기료를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발전소 임대(Plant Lease)’는 한화큐셀이 소유권을 보유하고, 운영권은 기업체가 보유한 형태의 서비스인데요. 태양광 발전 전력은 자가소비로 간주하며, 고객사는 한화큐셀에 월 임대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와 같은 한화큐셀의 Q.ENERGY 서비스는, 고객이 초기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EaaS의 핵심 개념과 그 궤를 함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화큐셀은 앞으로도 이러한 사회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확대 제공해나감으로써 우리 일상과 산업현장, 그리고 지구촌 전역에 신재생에너지가 보다 널리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 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