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변했네, 무시무시한 미인이 탄생했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후위기 심각성을 경고하면서 아일랜드 시를 인용한 말입니다. 모든 것이 변한, 무시무시한 미인이란 표현은 기후위기와 그에 따른 재앙을 뜻합니다.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그에 앞서 미국 동부에선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모든 것이 변한’ 지금의 기후위기는 미래가 아닌 지금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기후위기가 미국만의 문제일까요? 이상기후는 전 세계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자연재해는 점점 늘어나고, 그 피해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UN 산하 재해경감전략기구는 최근 20년간(1998~2017) 발생한 기후 관련 재해의 피해 규모가 무려 2조5천5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이 피해 규모는 그 전 20년(1978~1997년)에 비해 2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피해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기후위기의 가속도를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미인’은 더욱 무서워질 테니까요. 이렇게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기후위기 앞에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 전문가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한화큐셀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기후위기 사태를 심층적으로 조명하고자 ‘기후위기 특집호’를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편에서는 오늘날 기후위기 심각성을 짚어보고, 그로 인한 피해가 인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5°C. 기후위기에서 주목해야 할 온도입니다. *IPCC는 2018년 특별보고서를 통해 지구의 기후 변화 임계점을 1.5°C로 정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지구 표면이 1.5°C 더 오르면 엄청난 재앙이 덮친다고 말합니다. IPCC 특별보고서에선 2030~2052년 정도면 임계치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심지어 최근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상승 추세가 10년 정도 더 앞당겨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2021~2040년이면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걱정만 하는 사이 더 빨라졌습니다.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이 결과마저도 2050년까지 탄소배출이 제로가 되는 탄소중립을 달성했다고 가정하는,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기후 변화는 더욱 가속화할 거라고 예상하니 그 시기는 더 당겨질 수 있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북극의 모든 빙하는 2050년 내에 녹아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미 징후는 명확합니다. 80% 이상이 얼음으로 뒤덮인 지역인 북아메리카 그린란드(Greenland)에서 지난해에만 5320억t의 빙하가 녹았다고 합니다. 이는 1초마다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7개를 전부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수면이 상승하면 바다를 접한 도시가 지도에서 사라질지 모릅니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그곳은, 2050년에도 안전할까요?
< 2021년 6월 세계 평균온도 상승, 출처: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
해수면이 높아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지구 표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폭염도 전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폭염은 기후 재앙이 본격적으로 일어난다는 걸 더욱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합니다. 그리스에는 47도 이상의 폭염이 휩쓸며 대형 산불을 야기했습니다. 미국 역시 13개 주에서 7월 한 달 동안 8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2021년 6월 24일에서 30일 사이 북미 도시에서 주간 및 야간 최고 기록이 경신됐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더운 6월을 겪은 것이죠. 더위와는 상관없을 듯한 남극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작년에는 남극 시모어섬의 온도가 사상 처음으로 20도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이상기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 거라는 점입니다. 매년 기록을 새로 쓰며 폭염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굴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극한 기후 현상의 발생 가능성이 최대 40배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50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하던 극한 기후가 여름철 태풍처럼 흔한 현상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기후 변화 임계점 1.5°C가 중요합니다. 지표 온도가 상승하는 걸 막기 위해 지금부터 온실가스를 줄이는 과감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후위기는 미래에 닥칠 재앙만이 아닙니다. 미래가 더 걱정스럽지만, 기후위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각도로 인간의 삶을 위협합니다. 일단 질병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폭염으로 인한 일사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이상기후로 곤충이 급격하게 개체를 증식해 바이러스를 옮기기도 합니다. 폭염이 유발한 산불은 미세먼지를 유발해 대기를 더욱 오염시키기도 합니다. 기후위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오존 오염 역시 여전히 심각합니다. 특히 대기오염은 다시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대기오염은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고, 점점 심각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매년 450만 명.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19년 대기오염 조기 사망자 수입니다. 1990년에는 230만 명 정도였지만, 그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꼭 사망에 이르지 않더라도 위험 요소로 충분합니다. 대기 중에 존재하는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천식, 만성 및 급성 호흡기 질환들을 일으키니까요. 실제로 아동 10명 중 4명이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을 겪고 있습니다.
‘기후 불안’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아직은 생소한 단어이지만, 이제는 친숙해질지도 모릅니다. 기후위기가 정신건강마저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 불안은 환경 파괴에 대한 만성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상태로, 미국 심리학회가 2017년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규정했습니다. 미국인의 67%는 기후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 중 절반 이상은 기후 변화가 자기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기후위기를 최전선에서 경험하는 취약계층, 원주민, 과학자, 연구원들은 잦은 무력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과학 전문 작가 브릿 레이는 많은 사람이 기후위기에 관해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며, 실제로 허리케인과 같은 기상 이변을 겪은 피해자들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또는 자살 경향이 증가했다고 전했습니다.
기후위기는 인류의 사회, 경제, 사회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생존에 가장 중요한 ‘먹거리’에도 이미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해수면이 올라가고 지표가 뜨거워지니 그 안에서 자라고 살아가는 동식물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례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1°C 상승할 때마다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평균 밀 수확량은 6%, 쌀은 3.2%, 옥수수는 7.4%, 콩은 3.1% 줄어드니 식량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한 지구 온도 상승 임계점(1.5°C)을 넘으면 종의 존속까지 영향을 미칠지 모릅니다. 2~3°C 오르게 될 경우, 육상과 바다의 생물 종의 최대 54%가 멸종위기에 처한다고 합니다. 그때가 되면 식탁 위의 풍경이 달라지는 것을 떠나 우리가 알던 세상이 완전히 달라질 거란 뜻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