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기후위기 특집호-2편]
우리가 알던 동물이 사라진다면?
Oct, 2021








벵골 호랑이, 아프리카 치타, 자이언트 판다, 바다거북, 황제펭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모두 이곳저곳에서 캐릭터로 등장할 정도로 사랑받는 동물입니다. 애니메이션은 물론, 각종 캐릭터 상품으로도 익숙하죠. 이 중 하나는 꼭 좋아하는 동물로 꼽힐 정도로 인기입니다. 한마디로 애정도가 높은 동물입니다. 인기 많은 동물이라는 공통점도 맞는 얘기지만, 여기서 원하는 답은 아닙니다. 다섯 동물의 진짜 공통점은, 기후위기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기후위기로 멸종 위기에 처한 100만여 동식물 중에서도 큰 위험에 노출된 상태입니다. 슬픈 공통점이죠. 이대로 가면 먼 미래에는 이 다섯 동물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 다큐멘터리 자료처럼 쓰일지 모릅니다. 지구상에 없는 동물의 기록용으로 나마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지난 50여 년 동안 지구에 사는 동물은 얼마나 고통받았을까요? 세계자연기금과 런던동물학회가 공동으로 연구해 발표한 ‘지구생명보고서’에 적나라하게 나와 있습니다. 68% 감소. 지난 50여 년 동안 지구에 사는 동물 개체군의 규모가 반도 넘게 줄어들었다는 뜻입니다. 그 사이 멸종된 개체는 또 얼마나 될까요? 인간의 발전이 동물에 미친 영향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물론 이 수치에는 기후위기 뿐만 아니라 개발에 따른 생태계 변화도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은 기후 위기와도 연결됩니다. 개발이 기후위기를 유발하고, 이후 개발과 기후위기 모두 동물의 삶을 위협하죠. 그 악순환은 무서우리만큼 커져만 갑니다. 



<전 세계의 *지구생명지수 (출처: WWF 지구생명보고서 2020)>


*지구생명지수(Living Planet Index, LPI): 21,000개에 이르는 전 세계 포유류, 조류, 어류, 파충류 및 양서류의 개체군의 규모


게다가 기후위기는 전과 달리 점점 흉포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구 온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죠. 이 변화는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치명적입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두 가지로 말합니다. 하나는 기온이 동물 체온에 영향을 주어 대사 활동에 미치는 직접적 요인입니다. 다른 하나는 기온이 서식 환경을 변하게 해 동물에게 영향을 주는 간접적 요인이죠. 동물 입장에서 기후위기는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첫번째 기후위기 특집호에서 기후위기를 경고한 IPCC(UN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강조합니다. 2014년에 IPCC가 발간한 ‘제5차 IPCC 평가주기 종합보고서’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고산지대 및 섬 등과 같이 고립된 서식지의 동식물에 대한 위협이 가장 크고, 이들에게 위협이 되는 주요 기후 영향인자는 온난화, 이상고온, 가뭄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기후위기의 현상으로 일어나는 일이죠.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면 21세기 말에는 ‘매우 위험한 수준의 생태 변화’를 겪는다고도 이미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7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고, 여전히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보고서와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위기는 빠르게 다가오고 우리의 변화는 더디기만 합니다. 


다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한화큐셀은 ‘기후위기 특집호’ 두 번째 시간으로 고통 받는 멸종 위기 동물을 재조명하며 현재의 심각성을 되새기려고 합니다. 우리가 일상화된 기후위기를 무심하게 여기는 사이, 우리 주변의 환경은 서서히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50cm가 달라지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50cm는 큰 수치일까요, 아닐까요? 30cm 자보다 길고 1미터에 비하면 절반이죠. 대부분 크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 길이를 해수면에 대입하면 순식간에 재난영화 속 장면이 연출됩니다. 해수면이 50cm 높아지면 세계 지도가 변하는 상황이 벌어지니까요. 인도 뭄바이, 중국 상하이, 태국 방콕 같은 세계 주요 해안 도시들이 침수되는 엄청난 일이 일어납니다. 해수면의 높이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해수면은 19세기 말 이후 현재까지 20cm 이상 상승했습니다. 100년 넘게 20cm면 더디게 오른 걸까요? 중요한 건 최근 급속도로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입니다. IPCC 5차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말에는 해수면이 최대 1m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50cm가 상승하면 해안 도시가 잠기는데, 1m면 상상하기도 무섭죠. 


문제는 이전 보고서에서 언급한 것보다 해수면 수치가 더욱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가파른 속도로 올라가는 해수면의 높이는 단순히 전망이 아니라, 이미 눈 앞의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녹아버린 빙하 조각 위에서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북극곰의 모습, 다들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북극곰만 위기에 내몰렸을까요? 앞서 언급한 멸종 위기에 처한 벵골 호랑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가장 먼저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동물 중 하나입니다. 현재 벵골 호랑이는 방글라데시와 인도 습지에 약 5,000마리가 살고 있는데, 2070년이 되면 벵골 호랑이가 살 수 있는 습지가 모두 물에 잠긴다고 합니다. 살 곳이 사라진 벵골 호랑이는 멸종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죠. 벵골 호랑이를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벵골호랑이 (출처: 나무위키)>


황제펭귄의 생존도 해수면과 직결됩니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기후위기 기사에 황제펭귄이 단골 동물로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은 남극 황제펭귄이 더욱 강력하게 보호받기 위해 멸종위기종법(ESA, Endangered Species Act)에 따라 보호종으로 등재하라고 제안했습니다. 한 학술지에선 이대로 기후위기가 지속되면 2050년에는 황제펭귄 70%가 멸종할 수 있으며, 2100년에는 무려 98% 사라질 거라고도 내다봤습니다. 황제펭귄 역시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대로 비관적 미래를 그냥 바라만 볼 순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스테파니 우즈홀해양연구소가 2019년에 발표한 자료에는 희망을 담은 전망도 담겨 있습니다. 높아지는 지구 온도를 1.5도 이내로 막으면 황제펭귄 감소율을 19%로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 세계의 노력을 통해 파리기후협약을 준수하는 것만이 가장 확실한 해결방안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황제펭귄 (출처: 나무위키)>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 몸 상태가 달라지는 동물도 있습니다. 아프리카 치타가 그런 경우입니다.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수컷 치타의 호르몬 수치가 낮아져 새끼를 낳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현재 아프리카 치타는 7,000여 마리만 남아 있는데, 새끼를 가질 수 없어 점점 개체수가 줄어드는 상황이자 아프리카 치타의 멸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다거북의 경우에도 대가 끊길 위험에 처했습니다. 바다거북은 해변 모래 속에 알을 낳는데, 모래의 상태가 암수를 결정 짓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모래에 수분이 많고 시원하면 수컷, 건조하고 따뜻하면 암컷이 부화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기온이 높아지면서 그 모래가 따뜻하고 건조해졌다는 점입니다. 즉, 수컷이 태어나지 않게 된 거죠.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태어난 바다거북의 99%가 암컷이라고 할 만큼 성비가 극단적으로 무너졌습니다. 아프리카 치타처럼 더 이상 자연 환경에서는 번식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죠. 

자이언트 판다는 서식지인 대나무 숲이 기후위기로 빠르게 사라져 멸종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개체수가 적어 보호종으로 지정됐는데, 기후위기는 그 마저도 마음 편히 살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자이언트 판다 외에도 수많은 동물의 서식지가 올라간 기온에 적응하지 못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북극이나 남극, 아프리카 어느 한 지역 얘기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전 세계의 많은 동물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쓰촨성 워룽 자연 보호구의 생후 7개월 난 자이언트 판다 (출처: 위키피디아)>


 멸종 동물을 구하는 다각도의 노력 

무언가 바꾸기 위해선 계기가 필요합니다. 문제를 인식해도 움직이지 않으면 그대로 머무를 테니,움직이게 할 전환점이 중요하죠.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이하 CBD) 사무국이 공개한 ‘국제 생물다양성 체계(Global Biodiversity Framework)’는 그 지점을 제시합니다. CBD 196개 회원국이 공유하는 동물 멸종 저항 계획이죠. 전 세계가 한 목표로 움직일 계기를 마련하는 셈입니다. 

10과 90은 기억해야 할 숫자이자 달성해야 할 숫자이기도 합니다. 10은 모든 종에서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개체군을 되살려 멸종을 10배 줄이겠다는 목표입니다. 90은 2030년까지 야생 및 가축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겠다는 수치입니다. 90% 보존하겠다는 목표이죠. 

10과 90을 달성하기 위해 익숙하지만 확실한 세부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우선 전 세계 육지와 해양 지역을 30% 이상 보호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침입외래종 유입률을 50% 이상 낮추는 목표도 중요합니다. 살충제를 3분의 2로 줄여 사용하고, 농업 및 임업에서 지속가능한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동참할 수 있는 목표도 있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고, 음식물 낭비 등 과소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활용해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면 일석이조일 겁니다. CBD가 설정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다각도로 노력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한국수달연구센터의 경우, 친환경적으로 건물을 지으며 의미를 더했습니다. 지열,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을 활용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건축 방식을 도입한 것입니다. 멸종 동물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장소를 신재생 에너지로 지었으니 의미와 효과 둘 다 잡았습니다. 

멸종 위기 종을 관찰하는 방식도 친환경적이라면 더욱 좋습니다. 애틀랜타 식물원에서는 슬로스봇(SlothBot)을 만들었습니다. 나무늘보 형태의 로봇으로, 실제 줄에 매달려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움직입니다.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을 조달하여 필요할 때만 천천히 움직이도록 설계했습니다. 슬로스봇은 애틀랜타 숲의 온도, 날씨, 이산화탄소 등 동물의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각종 정보를 수집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앞으로 우리 숲의 생태계를 지키는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노력은 더 있습니다. 코알라를 구하는 ‘이어태그’ 같은 경우입니다. 2019-2020년 호주 전역에 기후위기로 산불이 일어나 코알라 수 천 마리가 죽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2050년 이전에 코알라가 멸종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돌았습니다. 이에 호주 과학자들은 코알라에 태양 전지판으로 구동하는 새로운 이어태그를 부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이어태그는 250m 떨어진 곳에서도 신호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산불이 코알라를 삼키기 전에 야생 동물 구조대가 코알라를 구조할 수 있다는 뜻이죠. 또 코알라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자료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가 탄소배출 저감 등 거시적인 측면에서 지구 환경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실제 동물의 생명을 지키는 데도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최근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와 같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태양 전지판으로 구동하는 코알라 구조용 이어태그 (사진 출처: WWF Australia)>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은 100만여 종입니다. 전체 종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국제 생물다양성 체계’가 제시한 목표를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라질 존재들입니다. 단지 동물이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생태계가 무너지는 일이죠. 촘촘하게 연결된 생태계에 균열이 생기면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동물의 일이지만, 동물의 일만은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삶을 위협할 테니까요. 자, 여러분은 이제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과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지켜 나가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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